라움콘, <한 손 장갑>, 2020, 소가죽, 양가죽, 폴리에스테르, 벨크로, 25 x 12. 0.5cm
라움콘, <한 손 장갑>, 2022, 양가죽, 소가죽, 모직, 청, 듀코로이, 벨크로, 자석 단추, 자수가 새겨진 천으로 제작, 25 x 12 x 0.3cm
라움콘, <한 손 장갑>, 2023, 양가죽, 듀코로이, 벨크로, 단추, 98 x 102 x 0.4cm
라움콘, <한 손 장갑>, 2020, 인터뷰 영상, 4분 5초
라움콘, <한 손 그릇>, 2022, 혼합토에 유약, 롤링 방식으로 제작, 18 x 13 x 10cm
라움콘, <한 손 그릇>, 2022, 혼합토에 유약, 롤링 방식으로 제작, 18 x 13 x 10cm
라움콘, <한 손 그릇>, 2022, 백토에 유약, 롤링 방식으로 제작, 18 x 13 x 10cm
라움콘, 한 손 One hands 그릇, 2022, 인터뷰 영상, 4분 41초
라움콘, <한 손 젓가락>, 2023, 은, 8 x 2.3 x 2cm
라움콘, <한 손 숟가락>, 2023, 은, 17 x 8 x 6cm
라움콘, <한 손 두 손가락 포크>, 2023, 은, 20x 4.5 x 2.5cm
라움콘, <한 손 숟가락, 젓가락 그리고 포크>, 2023, 퍼포먼스 영상, 4분 8초
한 손, 라움콘
갑작스런 뇌출혈로 오른손이 마비된 라움콘 Q레이터는 추운 겨울 한 손으론 장갑을 혼자 낄 수 없었다. 장갑을 착용하기 위해서는 장갑을 ‘잡고' 손에 ‘끼우는’ 양손의 역할 나눔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갑 착용에 도움을 받더라도 장갑 속으로 손을 밀어 넣어야 하기 때문에 마비된 손에 장갑을 끼우는건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였다. 이러한 불편한 경험은 장갑 사용을 회피하게 하였고 Q레이터는 낮은 온도에 손 근육이 오그라지는 *경직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주변을 둘러보니 한 손이 마비된 사람들은 동그란 주머니를 손에 끼우거나 담요를 덮어두는 방식으로 추위를 피하고 있었다. 사물의 불편한 경험은 장갑 뿐만 아니라 국 그릇과도 있다. 남은 음식을 먹기 위해 그릇을 기울이면 숟가락을 사용할 수 없고 숟가락을 사용하면 국 그릇을 기울일 수 없어서 남겨진 음식을 점잖게 먹을 수 없게되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상의 경험은 당연스럽게 사용하던 사물과 몸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였고 몸 다양성이 배제된 사물 접근성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으로 확장되었다.
우리는 한 손으로 사물을 사용하며 겪는 다양한 불편함을 영상으로 기록하였다. 사물에서 제외된 이용자가 아닌 주체적 사용자로서 어떻게 접근성을 다시 만들 수 있을지 드로잉과 대화를 토대로 아이디어를 확장시켰다. 그 과정은 불편함을 관찰하는 것이고 사물과 관계를 다시 맺어보는 시도였다. 이를 기반으로 사물의 원래의 기능을 유지하되 한 손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사물의 형태를 고안하여 접근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아픔 몸이라 소외된 미적 취향을 고려하여 의료기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색감과 소재를 지양 했다. 사물을 사용함에 있어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사용 가능한, 돌봄 받는 몸에서 주체적 사용자로 동등한 몫을 갖는 역할로 위치하기를 기대하였다.
<한 손 One hands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된 사물은 장갑과 그릇 그리고 젓가락, 숟가락 그리고 포크와 집게다. <한 손 장갑 ver.1>은 2020년에 스스로 착용 가능한 방식과 보행할 때 지팡이를 사용하거나 난간을 붙잡기 때문에 양손이 다른 형태로 제작되어야 하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고안하였다. 보온을 위해 회색 양가죽, 검정색 소가죽, 아이보리 색의 마이크로화이버를 재료로 사용하였으며 보행할 때 지팡이를 사용해야하는 왼손은 삼 손 형태로 검지와 엄지를 분리하여 집게 모양으로 제작하였고 손가락의 역할을 배분하고 엄지와 검지는 지팡이 손잡이를 잡고 중지, 검지, 약지는 하나로 묶여 지팡이를 감쌀 수 있도록 하였다. 마비가 된 오른손쪽 장갑은 손모아 형태로 디자인하여 손등을 감싸서 손바닥을 위로 한 뒤 누군가의 도움없이 한 손으로 쉽게 고정될 수 있도록 벨크로를 탈부착에 사용하였다. 2022년 작업한 <한 손 장갑 ver.2>는 앞서 제작된 <한 손 장갑 ver.1>의 스스로 착용가능한 기능은 유지하고 시각적 재미를 고민하여 소재를 변형한 것이다. 검정색 청, 모직, 골덴과 가죽을 이용하여 손의 기능에 따라 소재를 다르게 구성하였다. 손등에는 변화된 삶을 표현한 문장 ‘왼손이 오른손을 이겼습니다’, ‘나도 예쁜게 좋아’, ‘너도 답답하냐?’, ‘눈치는 빨라' 그리고 ‘불편하지 않아'가 검정색 자수로 새겨서 다양한 삶에 대한 생각을 환기할 수 있도록 메세지를 담았다. <한 손 그릇>은 40개의 다른 높이, 깊이 그리고 색을 갖고 있다. 각각의 그릇은 한 손으로 제작되어 그 형태가 불규칙적이다. 백자토와 혼합토를 사용하여 롤링된 흙을 한 줄씩 쌓은 뒤 그릇 안쪽에 기울기를 만들어 주었는데 평평한 그릇에 기울기를 만들어주면 국물이 한쪽 방향으로 모이게 되고 기울이지 않더라도 음식이 자연스럽게 모아졌다. <한 손 젓가락, 숟가락 그리고 포크>는 오른손을 대신하여 왼손으로 식사할 때, 음식을 입으로 이동시키는 몸의 방향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변화된 경험에 착안하여 제작하였다. 검지 손가락에 반지처럼 끼우고 사용하는 한 손가락 포크, 검지와 집게 손가락에 끼우고 사용하는 두 손가락 포크, 손목에 감아서 사용하는 숟가락, 엄지와 검지 손가락에 씌워서 사용하는 젓가락, 검지 손가락에 끼우고 사용하는 집게는 은으로 제작되었으며 각각의 오브제는 손목이나 손가락에 끼우는 방식으로 고안되어 변화된 몸의 이동 방향에 대한 안정감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우리는 프로젝트를 통해 한 손의 확장성을 확보하고 다양한 삶의 사물 접근성을 확장하고자 하였으며 규정되어진 이용 방식에서 해방되기를 시도하였다. 도움이 필요한 몸이 아닌 다양한 몸으로서 유연하게 변화된 삶을 다시 디자인하는 일상의 실험 <한 손 One hands 프로젝트>는 다양한 사물 제작으로 프로젝트를 확장할 것이다. 미적 취향을 고려한 디자인 나아가 다양한 몸과 사물, 환경, 관점을 매개하는 작업을 통해 소외된 삶이 아닌 제 몫을 갖을 수 있는 일상을 스스로 기획하고 확대할 수 있는 예술로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